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Portrait of a Lady on Fire
감독: 세린 시아마
출연: 아델 에넬, 노에미 메를랑, 루아나 바야미, 발레리아 골리노, 크리스텔 바라스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21분
개봉: 2020.01.16
줄거리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마리안느(노에미 멜랑)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아델 에넬)의 결혼 초상화 의뢰를 받습니다. 엘로이즈 모르게 그림을 완성해야 하는 마리안느는 비밀스럽게 그녀를 관찰하게 되며,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의 기류에 휩싸이게 됩니다.
잊을 수 없는, 잊혀지 않을 사랑의 기억을 마주하게 할 걸작을 만난다!
제한된 존재, 정해진 운명, 더 타오를 수밖에 없었던 금기된 사랑의 이야기
18세기 시대, 여성에 활동이 제약이 있는 시대였습니다. 마리안느는 아버지의 이름으로 화가 활동을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귀족 아가씨의 초상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브르타뉴의 외딴 섬으로 배를 타고 가게 됩니다. 마리안느가 초상화를 그리게 된 귀족 아가씨는 바로 엘로이즈 입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비밀리에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도록 요구합니다. 엘로이즈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이유는 바로 결혼하기 전 남편될 사람에게 초상화를 보내기 위합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산책 친구로 고용된 것처럼 꾸미로 그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녀의 얼굴을 몰래 관찰한 다음 초상화를 그리기로 합니다. 엘로이즈는 처음에 마리안느를 경계하지만 이내 마음을 열게 됩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완성하게 되고, 초상화를 보여주고 떠나려고 하지만 엘로이즈는 초상화 속 자신의 모습이 자신과 다르다며 그림에 대해 혹독하게 비평하게 됩니다. 이에 마리안느는 그림을 뭉개버리고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로 합니다. 이때 엘로이즈는 스스로 초상화의 모델이 되겠다고 합니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를 관찰하며 그림을 그리고 엘로이즈는 자신을 그리는 마리안느를 관찰합니다. 이후 엘로이즈의 엄마는 며칠 동안 집을 비우게 되고 엘로이즈와 마리안느, 엘로이즈의 하녀 소피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엘로이즈는 하녀인 소피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소피는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하고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소피의 낙태를 돕기로 합니다. 낙태를 위해 몸을 혹사시키고 독한 약초를 먹어보지만 낙태는 쉽지 않습니다. 결국 소피는 아이를 지우는 낙태 시술 받게 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일련의 일들을 함께하며 연대했던 두 여인은 급격하게 가까워지게 되고 그것이 사랑임을 깨닫게 됩니다. 마리안느의 초상화가 완성되어가고 엘로이즈의 결혼일이 가까워지면서 둘의 현실은 더욱더 선명해져 갑니다. 결국 두 여인은 결혼을 멈출 용기를 내지 못하고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고 담담하지만 먹먹한 이별을 맞이하게 됩니다.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낸 불타오르는 욕망, 우아하고 섬세한 연출
영화 [타오로는 여인의 초상]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감독, 셀린 시아마 감독의 아름답고 강렬한 작품입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데뷔작 [워터 릴리스], [톰보이], [걸후드] 등 여성의 정체성, 욕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을 꾸준히 보여주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감독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식 개봉하는 그녀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은 지속적으로 소외된 여성의 목소리를 스크린으로 담아왔습니다. "지나간 이슈라고 해서, 그것이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특히 여성 예술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면 말이다. 분명히 존재했지만, 역사 속에서 존재가 지워진 여성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그동안 남성 중심의 서사로 다뤄지지 않았던 여성 화가들의 이야기에 그려낸 의도를 전했습니다. 재능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중심의 사회 속에서 여성이기에 존재를 숨기며 활동해야 했을 전 시대 여성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삶의 길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길을 선택한 여성들의 용기, 사랑에 바치는 영화"라고 감독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이지만 여성들만의 연대, 우정을 통해 당시 시대에 금기시되는 여성 예술가들의 활동, 사랑에 대한 욕망을 표출함으로써 현시대에 새로운 시사점을 안겨주는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남성 중심의 세계에서 여성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해냈는지,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여성의 이야기는 우아하고 섬세한 연출로 더욱더 강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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