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 영화이자 첫 영어 영화인 [설국열차]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 만화가 뫼비우스 작가의 [설국열차]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영화와 만화는 스토리적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설국열차] 만화가 가지고 있던 세계관에 매력을 느꼈던 봉준호 감독이 세계관만을 기반으로 각색한 작품이 되겠습니다.
누적 관람객 930만으로 아쉽게도 천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당시 한국 영화에서는 드물게 영어화된 영화였고, 미국의 할리우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만큼 천만이라는 숫자만큼이나 이슈였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거기에다가 봉준호 감독 특유의 유머, 사회 비판, 해학적 풍자가 단연 돋보였던 작품으로 영화의 재미, 영화적 재미 두 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 아주 매력적인 영화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설국열차
Snowpiercer
감독 봉준호
출연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장르 SF, 액션, 드라마
러닝타임 125분
개봉 2013.08.01
[설국열차] 줄거리
새로운 빙하기, 그리고 설국 17년, 인류 마지막 생존 지역 [설국열차]
기상 이변으로 지구에는 모든 것이 꽁꽁 얼어붙은 말 그대로 빙하기 상태가 됩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태운 기차 한 대가 끝없이 궤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춥고 배고픈 사람들이 바글대는 빈민굴 같은 맨 뒤쪽의 꼬리 칸, 그리고 선택된 사람들이 술과 마약까지 즐기며 호화로운 객실을 뒹굴고 있는 앞쪽 칸. 열차 안의 세상은 결코 평등하지 않습니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한 지 17년째, 꼬리칸의 젊은 지도자 커티스는 긴 세월 준비해 온 폭동을 일으키게 됩니다. 기차의 심장인 엔진을 장악하여 꼬리 칸을 해방시키고 마침내 기차 전체를 해방 시키기 위해 절대권력자 윌포드가 있는 맨 앞쪽 엔진 칸을 향해 질주하는 커티스와 꼬리 칸 사람들. 그들 앞에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엔진 칸 점령을 위한 맨 뒤 꼬리 칸의 반란, 숨가쁜 반란의 여정
인류에 다시 닥친 빙하기, 살아남은 인류를 태우고 달리는 기차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영화는 시작하게 됩니다. 묵시록적 SF를 연상하기 딱 좋아 보이지만 영화는 봉준호 감독의 일련의 작품들이 그랬듯이 장르적 통념을 벗어납니다. SF 장르의 기술적 새로움과 VFX의 비주얼 스펙터클에 기대기보다는 좁고 긴 기차 안을 벗어날 수 없는 인물들이 만들어가는 밀도 높은 긴장감과 충돌을 기본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리고 질주하는 거대한 인류이자 쇳덩어리, 기차가 가진 본질적인 에너지에 힘을 얹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날, 가까스로 기차에 올라탄 꼬리 칸 사람들은 창도 없는 비좁은 화물칸에서 생존을 목표로 살아갑니다. 그에 반해 비싼 티켓으로 탑승한 상위 계급의 앞쪽 칸 사람들은 비대한 식량, 술과 마약이 난무하는 사치 속에서 꼬리 칸을 억압하는 계급으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계속된 억압으로 분노한 꼬리 칸 사람들의 폭등이 일어나고 그들이 엔진 칸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 영화의 호흡도 숨가쁘게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모든 반란에서 보여주듯, 압도적인 열세를 딛고 일어선 꼬리 칸의 선두자들은 칸을 돌파해 낼 때마다 앞쪽 칸의 군인들에 맞서 몸과 몸이 직접 부딪히는 생생한 액션을 보여줍니다. 아무도 가본적 없는 맨 앞 칸, 상상해본 적도 없는 그곳, 기차의 해방을 위해서 반드시 도달해야 할 엔진까지 가는 커티스의 여정은 칸을 돌파할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과 새로운 액션으로 극의 집중도를 높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작업하면서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위해 발버둥 치는지 출구 없는 기차의 특성상 현미경 들여다보듯 그릴 수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다시 시작된 빙하기로 시작된 지구의 멸망, 그 이후 노아의 방주가 된 기차라는 특수한 시공을 가로지르는 설국열차는 드라마의 밀도를 더욱 깊어지게 하고 오락 영화의 쾌감과 재미를 한층 더 확장시켜 영화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작품성을 더욱 높였습니다. 영화가 가지는 상극의 매력인 재미와 작품성. 영화의 재미, 영화적 재미 둘 다 챙기고 싶으신 분들에게 영화 [설국열차]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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